고등학생 땐 세상 돌아가는 거 관심 없었음.
수능, 내신, 학원, 졸업앨범.
우리 세상은 그 좁은 반 교실이 전부였지.
근데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뉴스가 떴다.
처음엔 그냥 ‘배 사고 났대’ 정도로만 들렸어.
그런데,
하루 지나도 구조가 안 됐고
이틀 지나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뉴스에 나왔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상하게 분노가 밀려오고, 눈물이 났다.
노란 리본 하나 붙였다고 선생이 뭐라 했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 어른들 말에
처음으로 어른이 싫어졌다.
그 이후 몇 년.
박근혜가 대통령 됐고,
그 ‘최순실 태블릿PC’ 나왔을 때
아... 이 나라는 진짜 장난감처럼 다뤄지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촛불 들고 나갔고
처음으로 "나라가 바뀔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품었다.
겨울이었는데 광화문은 따뜻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나눠주는 핫팩 하나에
내가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진 순간이었다.
문재인이 당선됐다.
우린 그를 ‘문프’라고 불렀고
세상이 조금은 나아지는 듯했다.
그때 등장한 이름, 이재명.
“성남시장? 누군데 이렇게 싸움 잘해?”
행정으로 치고박고 하더니
어느새 경기도지사 되고
코로나 와중에도 지원금 빠르게 주고, 행정력 미쳤다는 얘기 나왔다.
그 사람 말투는 딱딱하고 불친절했지만,
이상하게 믿음이 갔다.
왜냐면 말만 하지 않았거든.
행동했으니까.
2022년 대선.
이재명이 졌다.
그날 밤,
내가 왜 그렇게 울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 사람도 울었고, 그걸 본 나도 울었다.
아마
“우리를 위해 싸워주는 사람이 졌다”는 감정이
그렇게 가슴을 때렸던 것 같다.
지금?
정치는 여전히 시끄럽고
우린 여전히 일하고, 돈 벌고, 밥 먹고 산다.
근데 다르다.
난 이제 "나라가 나와 상관없다"는 말을 못 하겠다.
왜냐면,
그날의 노란 리본도,
그 겨울의 촛불도,
그 밤의 눈물도,
다 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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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 ㅋㅋ
05.20